우리 민법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에 대해 명시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지만, 대법원 판례는 오랫동안 "혼인 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그 파탄을 사유로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는 원칙(신의칙)을 확립해 왔습니다. 이는 자신이 외도를 하여 혼인관계를 파탄시킨 배우자가 그 외도를 이유로 이혼을 청구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는 취지입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2015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도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 예외적 허용의 핵심 기준은 "상대방 배우자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고, 이혼으로 인하여 상대방 배우자와 자녀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을 주지 않으며, 이혼을 청구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 경우"입니다. 이 판결은 혼인이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파탄된 상황에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무조건 거부하는 것이 오히려 불합리하다는 인식의 변화를 반영한 것입니다.
법원이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경우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상대방도 이혼에 대한 명시적 또는 묵시적 동의 의사를 보인 경우, 미성년 자녀가 없거나 자녀가 이미 성년에 달한 경우, 장기간 별거하여 혼인의 실체가 완전히 소멸한 경우 등이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예외가 인정되더라도, 유책배우자는 상대방에게 충분한 위자료와 재산분할을 제공해야 하며, 상대방이 경제적으로 극심한 곤궁에 처하지 않도록 배려해야 합니다.
반대로 상대방 배우자가 혼인 유지 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있고, 유책배우자의 이혼으로 인해 상대방이나 자녀가 심각한 정신적·경제적 피해를 입게 되는 경우에는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기각될 수 있습니다. 법원은 각 사안의 구체적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므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 가능성은 사전에 전문가와 면밀히 검토하는 것이 필요합니다.